Wright와 Standing의 계급도식을 조합해보자 (1)

종속적 자영업자 vs. 독립적 임금노동자

고용계약은 단지 종속성의 표현물일 뿐이다. 따라서 노동의 불안정성을 따져볼 때에는 고용관계가 아닌 종속관계로 접근해야 한다. 이렇게 개념을 확장할 때, 고용관계 또한 계급재일지도 모른다는 사유에 도달한다.
노동시장
Author

S. Park

Published

2023.06.22

Modified

2025.11.07

1 개요

노사관계는 종속성이 핵심이다.

고용계약은 그 표현 형태중 하나일 뿐이다. 따라서 고용계약의 부재가 반드시 종속성의 부재라고 볼순 없다. 노동시장의 뜨거운 감자인 플랫폼 노동자, 종속적 자영업자, 위장된 자영업자에 대한 논의가 이곳에 속한다.

이 시점에선 이제 고용계약이라는 것은 하나의 계급이 된다. 마르크스는 족쇄라고 표현했던 이 고용관계가, 이제는 노동자로 인정받기 위한 마지막 연결고리가 된다. 종속성 여부가 아닌 고용계약 여부가 소득, 고용안정, 업무상의 위험배분에 핵심적인 기준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계급론은 모두 고용계약에 초점을 둔 Scheme이다. 이제는 고용계약과 종속성이 더이상 한몸이 아닌 시점에서, 그간의 계급론들을 새롭게 적용해보려고 한다.

요약

디지털 자본주의 시대에서, 고용관계는 그 자체로 계급이 된다.

  1. 제조 자본주의 → 명확한 사용자-피용자
  2. 서비스 자본주의 → 고용형태 내부의 분화(정규-비정규)
  3. *디지털 자본주의 → 고용관계 자체의 해체(고용-비고용)

2 자본주의와 계급

제조업 중심의 전통적 산업구조는 높은 생산성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고용관계 유지를 가능케 했다. 무엇보다, 사용자-피용자의 계약관계가 명확했다. 무엇을 몇 명이서 얼마나 만들지에 따라 계약이 성립한다.

반면 서비스업 중심의 산업구조에서는 사용자-피용자 계약관계가 상대적으로 덜 명확한 직종(또는 계급)이 생겨난다. 직업의 유형, 다시 말해 일의 형태에 따라 급여나 고용안정성에 있어서서 세부적인 내용에 차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신마르크스주의적 계급론이나 신베버주의적 계급론으로 일정부분 설명된다.


디지털 자본주의는 좀더 복잡한 사뭇 다른 양상이 나타난다. 서비스 자본주의가 정규고용-비정규고용을 분화시켰다면, 디지털 자본주의는 고용-비고용으로 분화시켰다. 고용관계 자체를 넘어선다. 생산기술과 노동력 공급기술이 디지털화, 플랫폼화되었기 때문이다. 일감을 외부로 털어버리려는 기업의 전략적 행위와 친화성을 가지며 노동시장의 지평을 변화시켰다. 고용계약을 맺지 않았음에도 업무적 자율성이 낮고 경제적 위험(risk)을 직접 부담해야 하는 종속적인 자영업 형태의 일자리가 생겨났다. 소위 프레카리아트 계급이 대두된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여 국제노동기구는 일찍이 국제 종사상 지위 분류기준(ICSE)을 개정하여 기존 ’임금노동(Paid employment job)-자영업자(Self-employment jobs)’의 분류기준을 개정하였다(ILO, 2023). 골자는 고용관계에서 종속성으로의 기준 변경. 아래 그림을 참고하자.

3 계급론 리뷰

3.1 신마르크스주의적 해석

Wright (2000) 는 기존의 생산재의 소유여부에 따른 계급도식을 확장한다. 생산재를 소유하지 않은 노동자 내에서도 조직재, 숙련재 소유에 따라 계급이 분화된다고 설명한다.

숙련재 높음 숙련재 낮음
조직재 낮음 숙련 노동자 프롤레타리아
조직재 높음 전문 경영인 관리자

그러나 마르크스주의적 도식으로는 비정규 고용에 따른 불안정성을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보다는 중간계급이라는 개념을 통해 자본주의의 착취구조의 복잡성을 포착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즉, Wright (2000) 의 도식은 자본주의의 구조적 특성을 설명하는데 탁월하지만 고용의 불안정성 측면에서는 한계가 있다.

3.2 신베버주의적 해석

Goldthorpe (2007)감시의 어려움(Difficulty of monitoring)인적자본의 특수성(Specificity of human assets)에 따라 고용계약이 분화한다고 설명한다.

  • 감시의 어려움
    직원이 일을 얼마나 잘, 얼마나 많이 하는지 평가·감시하기 어려운 정도. 저숙련 일자리일수록 생산량 측정이 명확하다.

  • 인적자본의 특수성
    번역이 조금 애매하다. 직원의 기술·지식이 지금 그 고용주에 얼마나 맞춰져있는지를 의미한다. 특수성이 낮으면 그 회사 아니더라도 다 통한다. 특수성이 높으면 현재 조직에서만 가치가 있다.

인적자본이 특수적임 인적자본이 범용적임
감시가 어려움 장기계약 성과급이 포함된 장기계약
감시가 쉬움 단기계약 비용회수형 계약

요컨대, 생산성 감시가 쉽고 인적자본의 유형이 덜 범용적인 경우, 사용자는 비용절감 측면에서 고용계약을 비정규적으로 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세계화된 자본시장 경쟁, 서비스업의 낮은 생산성, 핵심역량을 제외한 외부화 전략은 서로 맞물리며 비표준적 고용관계를 형성하였다. 고용계약이 영속적이지 않거나, 근무시간이 일정치 않은 등 기존의 표준적·정규적 고용관계와 구분되는 비정규직 범주를 구성·구체화시켰다.

Wright (2000) 에 달리, Goldthorpe (2007) 의 베버주의적 계급도식은 일의 특성이 어떻게 사용자-노동자 간의 관계를 구조화시키는지 설명한다는 점에서 서비스 자본주의의 고용적 측면을 보다 잘 나타낸다. 그러나 착취와 상호의존이라는 자본주의의 본질적 특성은 포착하지 못하며, 심하게 말하면 단지 직업구분 수준에 그친다는 한계가 있다.

3.3 프레카리아트적 해석

Standing (2014) 이 제시한 계급론의 핵심은 위험배분의 불평등 + 사회적 소득의 박탈. Standing (2014) 은 고용관계 자체를 뒤흔드는 변동을 계급화하여 이를 설명한다. 이에 따르면 계급은 생산관계, 분배관계, 국가와의 관계에 따라 7개계급으로 구분된다.

구분 내용
엘리트 계층 생산재 소유 계급
월급쟁이(Salariat) 안정적 고용 + 연금, 휴가 등 높은 사회소득 + 공무원 및 핵심산업 종사자
고숙련 전문기술직 독립성 높은 고소득 자영자
노동자(Proletariat) 생산수단도 없고, 사회소득도 없는 피고용인
불안정 노동자(Precariat) 고용-실업을 오가며 노동시장적 기회가 박탈되고 사회소득을 기대할 수 없는 저소득 일자리에 전전긍긍하는 계층
실업자 실업자
룸펜 룸펜 프롤레타리아

소득을 경제적 소득과 사회적 소득으로 구분하여 고용의 질을 판별할 수 있는 개념을 추가하고, 고용관계 여하로 구분되는 계급을 직접적으로 명시했다는 점에서 강점이 있다.

4 소결

신마르크스적, 신베버주의적 계급론은 장, 단기 계약을 단지 고용계약의 다양성 정도로만 생각했었던 것 같다. 이런 점에서 프레카리아트 계급에 대한 인식은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

이제 나는 프레카리어트적 계급론을 신마르크스적 계급론에 이식해보고자 한다. Wright (2000) 는 생산재, 숙련재, 조직재로 계급을 구분하고 있는데, 이 조직재에 고용계약 체결여부를 넣어봄직하다. 다음 글에서 자세히 다룰 것이다.

References

Goldthorpe, J. (2007) On sociology. 2: Illustration and retrospect, Stanford, Calif, Stanford Univ. Press.
ILO (2023) “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Status in Employment (ICSE-18) Manual.”
Standing, G. (2014) The Precariat: The New Dangerous Class, London, UK ; New York, NY, Bloomsbury.
Wright, E. O. (2000) Class Counts, Cambridge University Press.